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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뿌린' 손준호, '3765만원 수령' 이유 해명 부족→K리그 출전 명분에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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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뿌린' 손준호, '3765만원 수령' 이유 해명 부족→K리그 출전 명분에도 제동


'눈물 뿌린' 손준호, '3765만원 수령' 이유 해명 부족→K리그 출전 명분에도 제동

눈물엔 공감하나 해명은 석연 찮다.

중국축구협회에서 승부 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아 축구계 추방 위기에 놓인 전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32·수원FC)가 전 소속팀 동료인 조선족 출신 전 중국 국가대표 진징다오(한국어 이름 김경도)에게 20만 위안(3765만원)을 한 번에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선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이 조사 단계에서 가족을 거론하는 등 협박을 받아 일부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눈물을 뿌렸다. 그의 눈물엔 공감하지만 결국 그가 중국에서 어떤 판결을 받았고 특히 승부조작이 일어난 것으로 거론된 경기 며칠 뒤 20만 위안을 받은 이유에 대해선 정확히 해명하지 않아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가 승부조작을 했다고 결정적으로 본 이유는 진징다오와의 현금 거래에 있다. 손준호는 지난해 1월 산둥-상하이 하이강 경기에서 90분을 뛰었는데 중국 공안은 진징다오 등 여러 선수가 해당 경기서 승부조작에 가담해 돈을 벌었다고 보고 이들을 체포했다. 그 과정에서 진징다오가 손준호 역시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경기 5일 지난 시점에서 진징다오가 손준호에게 20만 위안을 모바일로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 공안은 이 송금 사실에 대해 손준호가 승부조작을 하고 대가를 받은 결정적 증거로 간주하는 셈이다. 11일 기자회견을 이런 의혹을 단박에 날릴 수 있는 결정적 찬스였지만 손준호는 결과적으로 살리지 못했다.

국내 축구팬들도 손준호의 해명 만큼은 납득하질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장 오는 14일 수원FC-전북 현대 K리그1 경기에서 그가 출전할 지도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손준호는 지난 11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산둥 타이산 동료 진징다오로부터 20만 위안 받은 건 맞지만, 정확히 어떤 명목으로 받았는지는 기억 나질 않는다"며 "절대 불법적인 이유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진징다오는 중국 국가대표 주전까지 뛰었던 스타플레이어다. 지난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아컵 조별리그 한국전에 선발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승부조작 파문의 핵심 당사자 중 하나로 언급되는 상황이다. 손준호는 진징다오의 그런 과거를 거의 모르고 말이 통하고 축구 실력이 좋다보니 산둥 입단 후 친하게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2년 6개월간 중국 생활에서 진징다오와 금전 거래가 활발했다는 손준호는 "돈을 빌렸다 갚은 것일 수도 있다. 그 친구가 운영하는 축구 교실에 큰 금액을 선물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병원 수술을 잡아드린 적도 있다"며 20만 위안의 정확한 수령 이유에 대해선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중국에서 큰돈을 벌다 보니 그 당시엔 큰 금액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거액의 연봉과 16만 위안의 경기당 승리 수당을 받고 있었고, 중국 화폐 단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20만 위안이 그렇게 큰 금액인지 확실히 인식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다음 질문에서 손준호는 진징다오는 20만 위안을 주고받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답변해 다시 의문을 낳았다.

그는 "20만위안 정도의 적지 않은 금액을 주고받은 일이 흔했냐"는 질문에 손준호는 "매번 그러진 않았다. 그렇게 큰돈이 오간 적이 많지는 않다"고 답했다. '드문 상황이면 보통 이유를 기억하지 않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만했다. 회견에 동석한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국내에서 손준호는 검소하고 짠돌이로 알려져 있을 정도"라며 "수당이 워낙 크다 보니 돈에 대한 인지 감각 자체가 바뀐 것 같다"고 대신 답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손준호가 중국 법원에서 20만 위안 금품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10개월 가까이 구치소 생활한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승부조작 때문에 옥살이를 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에이전트는 "판사와 형량을 협상해 이미 구금돼있던 10개월만큼의 형량을 받는 걸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다만 승부조작은 (공안, 검찰, 재판 단계에서) 단 한 번도 인정한 적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후 손준호는 자신의 의혹에 대한 핵심인 20만 위안 받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중국 공안에서 금품수수 혐의를 적용하면서 20만 위안에 대한 대가는 뭐라고 제시했냐"는 질문을 받자 손준호는 "처음엔 그런 쪽으로 날 조사했다. 나는 불법도 아니고 승부조작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확답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손준호 측에 따르면 공안은 지난해 1월 상하이 하이강과의 경기를 지목해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확한 승부조작 방식은 제시하지 않았다. 진징다오의 진술, 조사 초기 단계에서 나온 손준호의 거짓 자백이 전부였을 뿐, 문자 메시지 등 증거가 없었다는 게 손준호와 에이전트의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 공안이 승부조작이 이뤄졌다고 본 경기가 끝나고 5∼6일 뒤 진징다오로부터 20만 위안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점에 대해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일단 손준호가 20만 위안 받은 이유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 만큼 중국 법원이 손준호에 내린 판결문이 중요하게 됐지만 이 역시 받질 못했다는 게 손준호 주장이다. 손준호 측은 "세부 범죄 사실들이 기재돼 있을 걸로 보이는 판결문을 공개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판결문은 우리도 받지 않았다. 중국 변호사와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눈물 뿌린' 손준호, '3765만원 수령' 이유 해명 부족→K리그 출전 명분에도 제동
손준호는 이날 회견 도중 눈물을 뿌렸다. 중국 공안의 협박에 못 이겨 공안 조사 초기 단계에서 거짓 자백을 했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이 외교부를 통해 내 아내를 체포해 내가 있던 구치소에서 같이 조사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휴대전화 속 딸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면서는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며 빨리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며 울먹였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이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이고, 외교 문제도 있고,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며 "통역도 어눌해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였지만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공안이 내민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아울러 "축구선수로서 승부조작이 치명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아내, 변호사와 의견을 나누고 고민한 끝에 판사 제안에 '이건 승부조작이 아니라 개인 간 금품 수수 혐의'라고 말했다"며 "그저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나처럼 생각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중국 공안의 강압적인 거짓 자백 강요를 회상하며 손준호가 울먹이는 모습과 20만 위안 수령 이유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구분된다.

권위주의 국가로 굳어지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 손준호의 눈물과 당시 느꼈을 공포가 이해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중국축구협회의 결정을 뒤집을 '한 방' 없이 손준호가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운 점이 향후 축구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게 됐다.

그를 지난 6월 품은 수원FC 행보도 궁금하게 됐다. 손준호의 해명이 말끔하지 않아 팬들의 눈초리도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출전을 강행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앞서 중국축구협회는 10일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옛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가 FIFA에 영구 제명 징계 내용을 통보하고, FIFA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검토한 뒤 각 회원국에 해당 선수의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손준호는 어느 국가에서도 축구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 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그의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손준호는 승부 조작 가담이나 산둥 이적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해왔다.

약 10개월 동안 구금된 끝에 지난 3월 석방된 손준호는 6월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K리그1 무대에 복귀해 팀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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