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7)은 7월부터 이름값 높은 타자들이 즐비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타선에서 리드오프를 맡았다. 빠른 공을 때리는 컨택트 능력과 바깥으로 빠지는 공에 배트를 쉽게 돌리지 않는 집중력이 좋아지면서 김하성은 팀내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이 선정한 AXE(Award Index)에서 내셔널리그 MVP 후보 5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최근 상승세가 눈부셨다.

그러나 시너지가 부족했다. 페르난드 타티스 주니어, 후안 소토,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해결 능력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특히 2번 타순에 배치돼 김하성과 테이블 세터를 이루는 타티스 주니어의 후반기 부진이 뼈아팠다. 타티스 주니어는 올스타전 이후 첫 25경기에서 타율 0.165에 그쳤다. 이 때문에 김하성이 살아나가도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타티스 주니어는 최근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장타 생산력이 아직 기대만큼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정교한 타격과 선구안을 바탕으로 루상에 나가는 빈도가 늘었다.

김하성과 타티스 주니어로 이뤄진 샌디에이고 테이블 세터의 힘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첫 세 차례 타석에서 안타 없이 침묵한 김하성은 0-0으로 맞선 8회말 1사 2,3루 기회에서 타석에 섰다. 샌디에이고는 앞선 무사 1,2루에서 9번 타자 트렌트 그리샴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김하성에게 기대를 품은 것이다.

김하성은 기대에 부응했다. "하성 킴"을 연호하는 홈 팬 앞에서 깨끗한 중전안타를 때려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렀다.

이어 타티스 주니어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타티스 주니어는 시즌 20호 투런홈런을 쏘아올려 스코어를 순식간에 4-0으로 벌렸다.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애리조나의 신인 선발투수 브랜든 팟을 상대로 크게 고전하던 샌디에이고는 하위 타순에서 만든 기회를 테이블 세터진이 살려내면서 4-0으로 승리했다.

김하성은 시즌 타점을 44개로 늘렸고 시즌 타율 0.281을 유지했다. 타티스 주니어는 무려 14경기 만에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날 애리조나전을 포함한 최근 8경기에서 타율 0.419, 1홈런, 7득점, 5타점을 기록하며 좋은 타격 감각을 이어가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분위기도 좋아지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최근 4경기에서 3승을 챙겼다. 시즌 전적은 59승 64패로 포스트시즌 진출 전망이 밝지만은 않지만 반등의 계기를 찾아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 전력의 한 축에는 강력한 테이블 세터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