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피하려… 딸에게 판 27억 집에 11억 전세 들어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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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A 씨는 어머니가 보유한 아파트를 올해 27억 원에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매수했다. 잔금 치르는 날 A 씨는 어머니와 10억9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역시 직거래로 체결했다. 매수 자금의 40%를 어머니의 전세 보증금으로 마련한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A 씨가 어머니에게 매수 자금을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으려 이같이 거래한 것으로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서울에 사는 B 씨는 아버지가 보유한 서울 아파트를 8억8000만 원에 직거래로 매수했다. B 씨는 거래대금 전액을 주식 매각 대금으로 조달했다고 국토부에 설명했지만,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B 씨의 연령과 연소득을 고려할 때 매수 금액을 홀로 마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아파트를 매매한 것이 아니라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같이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부동산 ‘직거래’ 중 탈세 목적의 편법 증여 등 불법이 의심되는 직거래 182건이 적발됐다고 국토부가 24일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뤄진 아파트 직거래 중 불법이 의심되는 거래 906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각 거래에서 나온 불법 의심 행위는 201건으로 거짓 신고 등 거래신고법 위반이 134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편법 증여 또는 차입금 거래 등이 47건(국세청 통보), 명의신탁 등 8건(경찰 통보), 대출 용도 외 유용 등 12건(금융위원회 통보) 등이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가족 등 특수관계자 간 불법 및 편법 증여 의심 거래가 여럿 나왔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C 씨는 자기 명의의 아파트 3채를 어머니에게 직거래로 매도했다. 어머니는 딸에게 매수 대금을 지급했지만, 이틀 뒤 이 돈을 다시 딸에게서 돌려받았다. 국토부는 딸이 무주택자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어머니에게 허위로 명의만 넘긴 것으로 보고 경찰청에 이를 통보했다. 부부가 공동명의로 아파트를 매수한 뒤 아내가 지분 50%를 13억6000만 원에 남편에게 넘겼는데, 자금 조달 출처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부 간 증여 한도 6억 원을 초과한 거래로 불법 증여가 의심된다”고 했다.
이 밖에 법인 대표가 개인 명의 아파트를 매수할 때 매수 자금 26억5000만 원을 모두 법인에서 끌어 쓴 사례도 있었다. 은행에서 기업자금대출을 받은 뒤 주택 매수 자금으로 활용한 매수인도 적발됐다. 특히 이 매수인은 거래 금액이 3억9900만 원이었는데도 거래 금액을 8000만 원으로 거짓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2차 직거래 기획조사로, 1차 조사 때는 이상 거래 802건(2021년 1월∼2022년 8월)을 조사해 276건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올해 2월 이후 거래된 아파트 직거래를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3차 기획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