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단지’ 벼르고 있었던 美·英… 韓은 이제야 대응팀 급파

한국 젊은이들이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동원되고 고문·살해까지 당하는 동안 한국 정부는 실태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반면 미국과 영국 정부는 이들 범죄 조직의 기업 구성과 자금 흐름, 사기 방법, 인신매매 등 구체적 활동 내역까지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14일(현지시간) 전 세계 피해자들의 돈을 뜯어내고 인신매매한 노동자들을 고문하는 불법 스캠(사기) 센터를 운영해온 조직을 제재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영국 정부와 함께 캄보디아에 근거지를 둔 범죄 조직인 ‘프린스 그룹’(Prince Group)과 회장인 천즈, 프린스 그룹 117개 계열사에 대해 146건의 제재를 가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과 비트코인 몰수에도 나섰다. 또 프린스 그룹과 연계된 카지노·호텔 기업 ‘진베이 그룹’과 프린스·진베이 그룹의 자금세탁과 연계된 가상화폐 플랫폼 ‘바이엑스 거래소’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재무부에 따르면 프놈펜에 본사를 둔 프린스 그룹은 외견상 엔터테인먼트, 금융, 부동산 분야 투자회사로 꾸미고 스캠 사기와 인신매매 등 초국가적 범죄를 저질러왔다. 재무부는 프린스 그룹이 캄보디아에서 최소 10개의 사기 조직을 운영해 산업적 규모의 인신매매, 고문 등을 자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프린스 그룹은 서비스·기술 관련 고소득 일자리로 사람들을 유인해 억류한 뒤 이른바 ‘돼지 도살’(pig butchering·범죄 표적과 친분을 쌓아 더 큰돈을 내놓도록 하는 스캠 사기)이나 여러 사기 수법을 사용해 다른 사람들을 속이도록 강요했다. 또 납치된 이들을 신체적 학대와 격리, 자의적 벌금 부과 등 야만적으로 통제해 왔다. 재무부는 프린스 그룹이 팔라우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고 밝혔다.

천즈 회장 등은 이렇게 거둬들인 수익으로 가상화폐를 매입하거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사업체를 통해 런던 주택시장에 투자해 왔다. 미 법무부는 천즈 회장을 최대 40년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온라인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한편 천즈 회장이 보유한 150억 달러(약 2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 12만7271개를 압류하고 몰수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 정부는 천즈 회장 등이 소유한 런던의 1200만 파운드(230억 원)짜리 저택과 1억 파운드짜리 사무용 건물, 아파트 17채 등을 동결했다.

영국 정부는 ‘골든 포천 리조트 월드’(Golden Fortune Resorts World)도 제재 대상으로 올리면서 프린스 그룹 자회사가 건설하고 ‘기술 단지’로 위장한 프놈펜 외곽의 대규모 스캠 단지의 배후 회사라고 설명했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교장관은 “이런 끔찍한 스캠 센터의 배후에 있는 자들은 취약한 사람들의 삶을 망치면서 그 돈을 묻어두기 위해 런던의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캄보디아 소재 금융서비스 대기업 ‘후이원(Huione) 그룹’은 사기·탈취를 통해 확보한 가상화폐 자금을 수년간 세탁해 왔다며 제재 대상에 올렸다. 후이원 그룹은 2011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최소 40억 달러의 불법 자금을 세탁했는데 이 가운데 3700만 달러는 북한이 해킹한 가상화폐라고 재무부는 설명했다.